니체의 초인 개념은 모든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수퍼맨이 아니라 위버멘쉬(Üubermensh), 즉 over man이다. 초인이란 신을 포함한 모든 형이상학적 개념을 부정하는 존재로 세상의 모든 틀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상을 말한다. 모든 가치를 자신이 스스로 자유롭게 창조하는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다.
런던 정경대학 교수를 지내고 지금은 기고가로 활동중인 존 그레이(John Gray)는 그의 책 ‘꼭두각시의 영혼’에서’ 위버 마리오네트’라는 재미있는 개념을 소개한다. 위머멘쉬의 멘쉬(인간)를 마리오네트(꼭두각시)로 바꾸어 놓은 조어다.
존 그레이에게 인간의 자유란 하찮은 것이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책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에서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를 갖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유전자를 비롯한 사회의 오랜 통념에 의해 지배당한다고 말한다. 마치 모든 죄수의 감시가 가능한 파놉티콘과 같은 감옥에 갇힌 것을 스스로 자각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존 그레이의 글을 직접 보자.
“위버 -마리오네트(진화의 결과로 자기 인식을 갖게 된 꼭두각시 같은 존재)는 마치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듯이 살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때로는 관조의 상태로 전환해 자신의 삶을 그저 주어진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끼게 된다.”
위버 -마리오네트는 모든 인간이 그러하다고 믿는 존 그레이 생각의 반영이지만 ‘자유’ 또는 ‘자유 의지’는 논란이 많은 부분이어서 존 그레이의 말을 비판없이 수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을 보면 인간은 위버 마리오네트 인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박근혜 말이다. 그는 40여 년 동안 최태민 최순실 부녀에 의해 조종당해 왔다. 옷을 입는 선택에서부터 외교적 결정까지 두 사람의 흔적은 그에게 짙게 배어 있다. 최근 특검에서 밝힌 보좌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근혜는 원고 없이는 한 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원고에 없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를 쓰려다가 버벅거려 국무회의 순간 얼음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마리오네트를 움직이는 끈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박근혜 자신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아래 것’ 최순실에게는 연설문의 도움을 아주 조금 받았을 뿐이며 대한민국의 승마발전을 위해 유망주 하나를 자유롭게 지원해 줬다고 생각한다. 묶여 있으면서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는 전형적인 위버 마리오네트의 특징이다.
또한 혼자 있을 때는 관조의 상태(이 상태에 이르도록 어떤 약물의 도움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다)에 빠져서 자신의 삶을 ‘그저 주어진 것’으로 바라 보았다. 그는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삶을 재현해내는 것을 ‘주어진’운명이라 생각한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존 그레이는 중력을 무시하는 꼭두각시의 특징에 주목한다. 끈에 의해 조종되기 때문에 모든 힘이 아래로 쏠리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박근혜와 겹쳐진다. 중력을 무시한 그는 우주와 교감하고, 자칭 애국 집회의 인원수가 촛불 집회 보다 두 배나 많다는 인도의 베다 수학으로도 못 풀 셈법을 들이 댄다.
이제 끈이 하나씩 끊어지고 있다. 중력을 무시하기는커녕 줄 없는 마리오네트는 추하게 바닥에 구겨져서 방치되는 과정만이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다가올 피의 보복 같은 것을 두려워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끈이 끊긴 마리오네트는 상황을 초월(uber)하지 못하고 짓밟히고 만다.만약 기각된다면 그에게도, 헌재 재판관에게도 비극만 남는다.
이 글을 쓰면서 걸그룹 스텔라가 부른 ‘마리오네트’가 생각났다. 혹시 기사에 도움될 내용이 없나 해서 가사를 검색해 보니 누군가 그들이 부른 ‘guilty’의 가사를 마리오네트 가사라고 실수해서 올려 놓은 글이 가장 먼저 검색된다. 아마도 ‘길티’의 가사 중에 ‘인형’이라는 단어가 있어 착각 한 듯하다. ‘길티’ 가사의 일부분이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니 진심의 속았던 시간 (stupid mistake mistake)
꿈에 꿈을 꾼 건지 깨보니 꿈같은 현실
금이 간 거울 속 일그러진 내 얼굴이 가.엾.어.보.였.어.
찢겨진 내 인형 거짓이 된 인연
너는 없다 이제 없다 너는 존재하지 않은 환상
너를 지목한다 심판대에 올려
bring you to justice to justice you’re guilty that’s all I have to say”
- 이글은 뉴스M에도 실렸습니다.